드디어 면접을 보러 오란다. 가뭄 속 단비 같은 서류 합격 소식이다. ‘그래, 서류만 통과해서 진짜 날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난 합격이야’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온만큼 자신있게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마음은 이미 신입사원. 하지만 며칠 후 들려오는 합격 아닌 탈락 소식에 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다. 어디가 잘못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직접 보고 퇴짜 맞았다는 생각에 서류 탈락 때보다 더 맘이 쓰리다.
실제로도 87.7%의 많은 구직자들은 서류보다 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나의 첫번째 면접도 그랬다.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을 마치고 입사를 확신했었지만 보기 좋게 탈락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잘 어필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으니 모자람을 절감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를 몰라 우울했다.
떨어뜨리면서 왜 떨어뜨리는지도 좀 알려주면 좋으련만. 기업에서는 그저 통보만 할 뿐이니 혼자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말투가 이상했을까, 내 대답이 틀렸던걸까. 기업 면접 탈락 경험이 있다는 구직자들에게 본인이 면접에서 탈락한 가장 큰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크게 아래와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말주변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답을 해서(32.8%)
▶스펙이 부족해서(15.7%)
▶말투, 표정 등 태도가 자신감 없어 보여서(15.7%)
▶탈락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15.7%)
▶해당업무에 대한 역량이 부족해 보여서(7.7%)
대부분 본인의 탈락 원인으로 태도나 말투, 질문으로부터 방향이 어긋난 답변, 또는 스펙을 탓하고 있었고, 심지어 본인이 왜 탈락했는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15.7%나 됐다
정말 그걸까? 실제 채용을 진행하는 인사담당자들에게도 물었다.
Q. 면접에서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당업무에 대한 역량이 부족해 보여서(54.3%)
▶기업의 인재상과 맞지 않아서(26.9%)
▶말주변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답을 해서(9.7%)
▶스펙이 부족해서(3.8%)
차이가 좀 보이는가.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을 탈락시키는 결정적 이유로 말주변이나 태도보다는 해당업무에 대한 역량 부족이나 기업 인재상과의 부적합함을 크게 지적했다.
고로, 당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조금 긴장해서 목소리를 떨었다거나 말을 더듬어서가 아니다. 이미 서류에서 다 써놓은 스펙이 부족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바로 업무에 대한 역량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해서인 것이다. 앞에 언급했던 본인의 첫번째 면접도 지금 떠올려보면 그랬다. 자기소개 PT에서는 내가 이 업무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해왔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가 하는 말보다는 정말 인간적인 ‘내 얘기’만을 했고, 경험을 업무에 관련짓기 보다는 나열하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이어진 면접관들의 지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그렇다면 기업 인재상과 적합하게, 업무 역량이 부족해 보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말과 행동에서 본인이 지원하는 업무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보여주자. 예를 들어 영업직에 지원한다면 밝고 활발한 인상을, 재무, 회계 직무를 지원한다면 차분하고 꼼꼼한 면을 최대한 어필하면 좋겠다. 그리고 태도에서 기본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차별점을 보여주자. 뭘 많이 했다고 나열하는 것보다는 그간의 경험들이 현재 지원하는 직무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연결지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여 회사에 대한 열정도 함께 어필하자. 회사에 대한 정보를 줄줄 외어 기계적으로 읊어대며 ‘나 이 회사 많이 알아요’ 하는 것보다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한 후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레 덧붙여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본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면 취업스터디 등에 참가해서 면접관 앞에 서기 전에 미리 모의면접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서류전형의 과제가 기본 자격 증명이라면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는 면접에서 해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당신이 그 업무에, 기업에 적합한 인재임을 직접 보여주며 설득하는 것이니, 위 사항들을 잘 이해하여 꼭 설득에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추가로 면접에 엄청 도움 될(!) 비밀의 사인방의 지난 면접 비책들도 묶어 링크하니, 면접 전 다시 한번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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