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잔치 때 전통적으로 돼지를 잡습니다. 원래는 소를 잡으려고 했는데 소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주인님, 저를 잡으면 아직 기계화도 안된 상태에서 누가 논 갈고 밭 갈 것이며 무거운 짐을 누가 실어 나른단 말입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개였습니다. 근데 개도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인님, 거 참. 생각 좀 해보세요. 아무리 가꾸고 살림을 장만해 봤자 도둑이 들어와서 훔쳐 가면 누구 좋은 일시키겠다는 것입니까? 그러니 저는 이 집을 지키도록 재고 보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어 보니 맞은 말이었습니다.
주인이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엔 닭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근데 닭 역시도 할 말이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님, 저는 새벽을 알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주인님 늦잠 자지 않고 빨리 일터로 나가도록 깨워주는 일을 해야 되는데 저를 잡는다는 말이 웬 말 입니까?“ 그 말을 들어보니 또 맞는 말이었습니다.
주인이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돼지였습니다. 그런데 돼지는 막상 잡겠다고 하니까 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동안 먹는 거 외에는 신경 쓴 게 없다 보니 자기를 잡겠다는 데도 피할 말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주인은 돼지를 잡았고 그것이 전통이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언제든지 할 일이 있어야 하고 할 말이 있도록 항상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멀거니 있다가 재수가 좋아서 뭘 해보겠다는 심보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베짱이의 심산입니다.
요새 나온 스펙이란 신조어가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취업 준비생들은 출신 학교와 학점, 토익 점수와 자격증 소지 여부, 그리고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 유무 등을 종합해 ‘스펙’이란 두 글자로 줄여 부르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동안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의 총체가 스펙인 셈인데 이 스펙을 높이는 것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 어느 가게는 어느 때 봐도 화투판입니다. 그렇다고 큰돈을 놓고 하는 게 아니라 단속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동네 어르신들이 심심풀이로 모이는 거 같았고 언제 봐도 1000원짜리 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거기 나오는 분들은 거의 매일 그 분들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갖는 의문은 저렇게 맨날 화투만 하고 자기 가족을 어떻게 부양하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화투 말고 다른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온갖 신경은 화투장에 쏟고 있는 모습이 안 돼 보였습니다.
화투라고 전혀 무해한 것만은 아닙니다. 치매예방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이유로 화투를 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익은 소수점이고 손실은 99.9라면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아무리 계산에 둔한 나라도 손익계산이 딱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화투해서 부자 됐다는 사람은 보질 못했습니다. 모두 잃었다는 사람들 뿐이지 땄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긴 그것도 기술이라고 함부로 발설이야 하겠습니까만은 그런 짓으로 돈 모을 생각 말고 정당하게 일해서 깨끗하게 돈을 버는 근실한 사람이 진짜 사람이 아닐까요?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자라도 더 배우고, 기술 하나라도 더 배우고,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 놓으시기 바랍니다. 나이 먹으면 그만큼 모든 기능은 저하되어서 하고 싶어도 능률이 그렇게 나지를 않을 테니까요.